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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야기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이 진주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This is not my fault. This pearl has not been made for me.): 존 스타인벡 『진주』(The Pearl)

by We are in the World 2025. 3. 31.

 

[문학기행 #4]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이 진주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This is not my fault. This pearl has not been made for me.): 존 스타인벡 『진주』(The Pearl)

 

이 말은 작품 중 주인공 키노(Kino)의 외침이다.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 발표한 중편 소설 진주는 탐욕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멕시코의 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가난한 진주 채취부인 키노(Kino)와 그의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the most beautiful pearl in the world)를 발견한 이후 겪게 되는 파멸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욕망, 사회의 부조리, 그리고 정의의 본질을 묻습니다.

 

 

주인공 키노는 아내 후아나(Juana)와 아들 코요티토(Coyotito)와 함께 가난하지만 평온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아들 코요티토가 전갈에 물리게 되고, 치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찾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합니다. 이후 바다에서 거대한 진주를 발견한 키노는 이 진주가 가족의 미래를 바꿔줄 것이라 믿으며 희망에 부풉니다. 그는 이 진주를 팔아 아들의 치료, 결혼식, 교육,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진주를 노리는 사람들의 탐욕과 폭력에 휘말리며 점점 몰락하게 됩니다. 결국 진주는 가족의 불행을 초래하고, 코요티토가 비극적으로 죽은 후 키노는 그 진주를 바다에 다시 던지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그의 손은 약간 떨렸다. 그는 천천히 주애너에게 고개를 돌리고 진주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아직도 어깨에 죽은 뭉치를 메고 그의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의 손에 있는 진주를 잠깐 보고는 키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당신이 하세요.' 그러자 키노는 그의 팔을 뒤로 당겼다가 온 힘을 다해서 진주를 내던졌다. 키노와 주애너는 진주가 지는 해를 받아 반짝이며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멀리서 조그맣게 물이 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나란히 서서 오랫동안 그 장소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주는 감미로운 초록색 물속에 잠겨 바닥으로 가라 앉았다.” -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진주

 

여기서 진주는 단순한 부의 상징이 아닌,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꿈을 품었던 키노도 점차 진주에 집착하게 되며, 주변 인물들은 모두 키노의 진주를 탐내고 배신하거나 폭력을 행사합니다. 스타인벡은 진주라는 사물을 통해 인간 본성에 내재한 탐욕과 그 파괴적 결과를 보여준다.

 

또한 작품 속에서 키노는 식민지 시대의 원주민 계층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와 그의 가족은 백인 지배 계층과 제도에 의해 억압당하며, 의사나 진주 상인은 모두 착취자 역할을 합니다. 스타인벡은 이를 통해 제도화된 불평등 구조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키노는 진주를 통해 운명을 바꾸려 하지만, 결국 자연과 운명의 흐름에 저항하지 못합니다. 이는 인간의 한계와, 지나친 욕망이 가져오는 파국을 상징합니다. 진주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부와 성공을 추구하며 끊임없이 경쟁한다. 진주는 이러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며, 소유와 욕망이 인간관계와 공동체를 얼마나 쉽게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진주가 상징하는 것은 단지 돈이 아닌,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욕망이 되기 때문이죠. 의료 접근, 교육 기회, 경제적 자립 등은 오늘날에도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집니다. 키노의 가족처럼 현대의 많은 사람들 또한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기회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다 좌절한다. 진주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통찰하게 만든다.

 

키노가 이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이 진주는 나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진주를 버리는 마지막 장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인간적인 선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물질이 아닌 관계, 사랑, 평화에 있다는 점을 현대인에게 일깨워줍니다.

 

 

존 스타인벡의 진주는 단순한 우화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인간 심리, 사회 구조, 도덕적 딜레마가 녹아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을 진지하게 성찰하게 만들며, 오늘날에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진주는 빛나지만, 그 빛은 때로 눈을 멀게 만듭니다. 스타인벡은 이 빛 너머에 있는 어둠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방향을 되묻게 합니다.

존 스타인벡 《진주》의 영화의 한 장면

 

 

이 작품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이 있으시다면, 제가 발표했던 논문 “존 스타인벡의 진주에 나타난 선악의 문제”(The Problem of Good and Evil in Steinbeck's The Pearl)(문학과 종교 제10권 제2)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10997811

 

 

다음 [문학기행 #5] 포스팅에서는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준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