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그 토끼 얘기해 줘!.”: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Of Mice and Men)
[문학기행 #5]
『생쥐와 인간』(1937)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이 발표한 중편 소설로, 미국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 존재의 고독, 우정, 꿈, 그리고 현실의 잔혹함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발표 이후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한 현대적 메시지를 담고 있어 많은 독자와 비평가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생쥐와 인간』은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두 남자, 조지 밀턴(George Milton)과 레니 스몰(Lennie Small)의 이야기입니다. 조지는 작고 영리한 남자이고, 레니는 거대하고 힘이 세지만 지적 장애가 있는 인물입니다. 이 둘은 자신들만의 땅을 소유하며 평화롭게 살겠다는 작은 꿈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단순한 꿈조차도 현실의 벽 앞에서는 쉽게 부서집니다. 작품은 우정과 꿈, 인간의 존엄성이 사회 구조와 운명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우정과 고독
조지와 레니의 관계는 이기적인 인간관계가 만연한 대공황 시기 속에서 진정한 우정의 힘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주변 인물들은 대부분 외롭고 단절된 삶을 살며, 인간이 얼마나 고립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꿈과 현실의 충돌
두 사람의 ‘자기 땅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이라는 꿈은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납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로,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품는 꿈의 위태로움을 상징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고찰
여성, 노인, 장애인, 유색 인종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이 등장하며, 이들은 공통적으로 차별, 소외, 폭력의 대상이 됩니다. 스타인벡은 이들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 생생하게 녹여냄으로써 인간 존엄성의 회복을 강조합니다.
이 작품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하게 읽히는 이유는 먼저, 불안정한 경제 구조 속에 처해 있는 인간의 삶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팬데믹, 전쟁, 기후 위기 등으로 인해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안정된 삶’과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조지와 레니의 꿈이 좌절된 것처럼, 현대인의 삶도 끊임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흔들립니다. 또한 현대 사회는 디지털화, AI 등등의 현대적인 혜택으로 고도로 전문적이고 기술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인간의 정서적 외로움은 오히려 심화되었습니다. SNS, 인공지능, 원격 근무 등으로 인해 진정한 인간관계의 부재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은 작품속의 고립된 인물들과 쉽게 자신을 동일시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한 화두가 된 가운데, 이 작품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조명합니다. 특히 레니의 장애, 크룩스의 인종, 컬리 부인의 젠더 문제 등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과 차별의 문제를 예리하게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진정한 인간관계는 점점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지와 레니의 관계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 속에서도 우정이란 무엇인지, 인간애란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하게 합니다.
“Tell me about the rabbits, George.”
“Guys like us, that work on ranches, are the loneliest guys in the world... But not us! An’ why? Because I got you to look after me, and you got me to look after you.”
“조지, 그 토끼 얘기해 줘.”
“우린 목장에서 일하는 놈들이지. 그런 놈들은 세상에서 제일 외로운 놈들이야... 하지만 우린 아니야! 왜냐고? 난 네가 있어서 널 돌봐주고, 넌 내가 있어서 날 돌봐주니까.”
이 대사는 조지가 레니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말입니다. 이 대사는 레니의 실수로 야기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마지못해 조지가 레니를 죽이기 직전에, 조지가 레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꿈을 이야기해주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그 꿈은 두 사람이 언젠가 자기 땅을 가지고 자유롭게 살게 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징합니다. 어떤 면에서 이 대사는 작품 전체의 주제, 즉 우정, 고립, 인간 관계, 꿈의 위태로움을 상징합니다. 레니가 "토끼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은 그들의 이상적인 삶에 대한 갈망을 나타냅니다. 조지의 말은 현실적으로 고립된 삶 속에서도 관계와 연대가 인간을 어떻게 지탱해주는가를 보여줍니다.
이 장면은 꿈의 위로와 현실의 비극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조지가 레니에게 총을 쏘기 직전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대사는 오늘날에도 진정한 관계가 점점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얼마나 관계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왜 지금, 『생쥐와 인간』인가?
『생쥐와 인간』은 단지 과거 미국의 역사적 상황을 그린 소설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 인간 내면의 외로움, 관계의 부재, 꿈의 좌절 등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작품은 고전이라는 틀을 넘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강력한 울림을 주는 현대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